국어 영역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딸아이를 바라보며...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열 잔소리가 필요 없고, 비싼 학원비로 나의 피 같은 돈을 날리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국어 문제집을 풀어보기로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문제집 출판사가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쓸데없이 전통머리 만드는 법이랍시고 책을 쓸 게 아니라 입시 문제집을 찍어내야 돈을 버는구나 싶었다.
아무튼 간에.. 적당한 문제집을 찾아서 풀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기초가 없는, 생무식한 아줌마니까 중1 문제집부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풀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재수 시절 국어 지문에 나온 윤동주의 서시를 외우며 홀로 시간을 보냈던 때가...
조금 쓸쓸하긴 했지만 낭만적인 추억이다.
입시 시절 그렇게 읽기 싫고 지긋지긋하던 국어 지문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적인 부분 중 그나마 질 높은 지식과 교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고서 읽었다는 책은 고작.. 구질구질한 자기 계발서 몇 권뿐 아니었던가. 물론 힘들고 외로울 때 소설을 읽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서 이것저것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해도...
질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양질의 글을 대충이라도 접할 수 있는 때는 역시나, 입시 공부 시기이다.
어른이 되어서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되는 문장력, 즉 글의 논리적 전개, 어휘력, 맞춤법 등에 대한 기초는 이때 형성되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고 학교 공부와 입시 공부를 소홀히, 또는 아예 하지 않은 채 어른이 되면...
따로 시간을 내어 그 시기의 공백을 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학창 시절에 국어 학습을 충실하게 다지지 못한 사람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그 공백이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서 참으로 민망할 때가 많다. 이건 절대 지적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뭐라고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블로그에 글을 쓰며 나 스스로도 내 글쓰기 능력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전히 바보 같고 말도 안 되는.. 이도저도 아닌 쓰레기 같은 글을 쓰고 있어서 고민이 많다. 쓰다 보면 는다고 하지만 너무 시간이 걸리잖아. 누군가 짚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국어 문제집에 내가 원하던 그 가이드라인이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딸아이를 위해 엄마로서 모범을 보이려고 시작한 문제풀이가, 이제는 나의 국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반복하고 있는 훈련의 시간이 되고 있다.
매일 하지는 못한다.
지겨울 때도 있고 몸이 아픈 날은 문제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저렇게 중학교 과정 문제풀이를 끝내고 내일부터는 고등학교 국어 문제집을 풀어보려 한다.(문제집이 내일 도착한다~^^)
이게 은근히 즐겁다.
너무나 단순한데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서 더 그럴 수도 있는 듯 하다.
작자 미상 <토공전> ; 적당히 좀 살고 가라 (0) | 2023.01.13 |
---|---|
흥부전, 그 슬픈 비현실성 (1) | 2023.01.12 |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1) | 2023.01.11 |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0) | 2023.01.10 |
인간과 기술의 관계 (0) | 2023.01.1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