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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그 슬픈 비현실성

수능 국어로 교양 쌓기

by 이말뚝 2023. 1.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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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토리 고등국어 문학 독해① 72~73쪽>

 

(윗부분 생략)......

   그것을 울타리 밑에 터를 닦고 심었더니 이삼일에 싹이 나고, 하오일에 순이 뻗어 마디마디 잎이 나고, 줄기마다 꽃이 피어 박 네 통이 열린 것이다. 추석날 아침이었다. 배가 고파 죽겠으니 영근 박 한 통을 따서 박속이나 지져 먹자 하고 박을 다서 먹줄을 반듯하게 긋고서 흥부 내외는 톱을 마주 잡고 켰다. 이렇게 밀거니 당기거니 켜서 툭 타 놓으니 오색 채운이 서리며 처의동자 한 쌍이 나오는 것이었다.

   왼손에 약병을 들고 오른손에 쟁반을 눈 위로 높이 받쳐 들고 나온 그 동자들은,

   "이것을 값으로 따지면 억만 냥이 넘으니 팔아서 쓰십시오."

라고 말하며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박 한 통을 또 따놓고 슬근슬근 톱질이다. 쓱삭 쿡칵 툭 타놓으니 속에서 온갖 세간붙이가 나왔다.

   또 박 한 통을 따서 먹줄 쳐서 톱을 걸고 툭 타 놓으니 순금 궤가 하나 나왔다. 금거북 자물쇠를 채웠는데 열어 보니 황금, 백금, 밀화, 호박, 산호, 진주, 주사, 사향 등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쏟으면 또 가득 차고 또 가득 차고 해서 밤낮 쏟고 나니 큰 부자가 된 것이다.

   다시 한 통을 툭 타 놓으니 일등 목수들과 각종 곡식이 나왔다. 그 목수들은 우선 명당을 가려 터를 잡고 집을 지었다. 그다음 또 사내종, 계집종, 아이종이 나오며 온갖 것을 여기저기 다 쌓고 법석이니 흥부 내외는 좋아하고 춤을 추며 돌아다녔다.

   이리하여 흥부는 좋은 집에서 즐거움을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이런 소문이 놀부 귀에 들어가니,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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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토리 고등국어 문학 독해① 75쪽 4번 문항>

--------[보기]--------

   조선 후기에는 잦은 자연재해와 관리들의 횡포 때문에 백성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창작된 <흥부전>은 최소한의 의식주라도 해결하고 싶었던 당시 백성들의 소망이 반영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당시의 백성들은 성품이 착한 흥부 내외가 초월적인 존재의 도움으로 가난을 벗어나는 장면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였다. 하지만 착한 흥부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환상성을 띠고 있다는 점은 가난이 실제 현실에서는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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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 지문을 읽고 풀어본 4번 문항의 <보기>를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너무 잘 알고 있던 흥부전이 이런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이야...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었네요.

착한 흥부가 제비를 구해주고 충분한 보상을 얻어 편하게 잘 살게 되고, 마음씨 고약한 놀부는 패가망신한다는 권선징악의 단순한 플롯, 그리고 '흥보가 기가 막혀~~~~'라는 육각수의 신나는 노래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흥부가 무척 신이나서 아내와 함께 힘차게 톱질하는 모습만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사실은, 주린 배를 움켜쥔 거지꼴의 자식들에게 둘러싸여 아사를 면하기 위해 있는 죽을힘을 다해 톱질을 한 것입니다.

때구정물이 흐르는 소맷부리를 둥둥 걷어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어떻게든 먹을 것을 마련해야만 하는,

핏줄이 앙상하게 드러난 여윈 팔목을 가진 불쌍한 흥부. 

 

대한민국에서 족보없는 집안 없고, 명절날 제사 지내지 않는 집안이 없지만...

저를 포함해 아마 대부분은 흥부의 자식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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