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 하드코어

성하상사의 인기템 [풍성한 쪽머리 달비]를 제작하는 모습입니다.

이틀에 걸친 전처리 과정을 끝내고 아래와 같이 네버엔딩 빗질 작업과 하드코어 땋기 작업을 실시합니다.

블로그에는 기껏 사진 몇 장 올라와있어서 '이 정도 달비라면 나도 만들겠다'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저의 작업 방식을 쉽게 보고 맹랑하게 덤벼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뭐... 그 사람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지는 짐작이 되기 때문에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 

 

위에 빨간 글자로 적힌,

네버엔딩 빗질 작업이 무엇일까요?

 달비 작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빗을 손에서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하드코어 땋기 작업은 무엇일까요?

한 땀 한 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숨을 쉬지 않습니다.

거의 무호흡으로 한 마디씩 작업이 진행되며

달비가 완성될 때까지 제 몸의 코어를 고정시킨 후 팔과 어깨를 기계적으로 움직입니다.

달비를 끈으로 묶어 완성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후~~~~~~"하고 기나긴 한숨을 쉽니다.

달비 하나 완성시킬 때마다 저의 영혼과 건강, 생명이 빠져나가는 기분입니다.

 

기진맥진하여 자리에 앉은 다음... 예쁘게 완성된 달비를 바라봅니다.

마치 제가 십자가를 마주한 수도사가 된 듯 아주 경건한 마음이 듭니다.

열린 창가로 새어드는 바람에 팔랑이는 부드러운 리본과,

저의 기운을 받아 나무줄기처럼 굳건하게 서있는 아름다운 달비의 모습입니다.

 

사진 원본입니다.

 

삐져나온 터럭하나 없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달비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이런 아름다운 머릿결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사용할 때마다 머릿결이 흐트러지고 점점 헌 물건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원래 아름다운 것은 허무하고 무용한 것입니다.

 

"난 원체 이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미스터 선샤인: 변요한 배우님의 대사)

저 이 대사 너무 좋아합니다.

 

아름다움은 쓸모없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위해 저는 수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고, 하루하루가 형벌처럼 무겁고 힘들지만 내 손에서 탄생된 이 숭고한 느낌을 탐닉하는 욕심쟁이로서의 삶을 계속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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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