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초반에 실었던 글의 내용 중... 거대한 달비를 만들기 위해 나름 애쓰던 모습을 담았던 기록이 있다.
그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본다면 정말 오그라들 것 같아서 다시 찾아보고 싶진 않지만 뭐 나름대로 큰 달비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했었었 던 것 같다. 어린 아이가 자기 키를 훌쩍 넘는 담벼락을 보며 답답한 마음이 들듯이 말이다. 담벼락 너머에는 정말 재미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
그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내 체력과 체격이 허락하는 한에서 커다란 달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고 어렵지 않게 거대 달비를 만든 후 그것을 이용해 가체머리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아래 사진은 거대 달비를 얹기 전의 모습이다.
거대 달비는 그 크기와 볼륨, 무게 등으로 인해 헤어 작업시 여러가지 난점이 있는.. 아주 다루기 어려운 녀석이기 때문에 기초 작업을 단단히 해주어야 한다.
좁디 좁은 면적의 정수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단단히 솟아올라야 하기 때문에 속비녀를 꽂을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머리 주변으로 속비녀를 안정적으로 꽂을 수 있는 일명 '속달비'를 미리 배치해주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 커다란 달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머리 아래부분도 그와 응당한 크기의 볼륨감을 주어 조형적 균형감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일반 쪽머리로 만들까 하다가 커다란 형태의 로우번으로 우아하게 만들어 보았다.
커다란 볼륨의 머리 위에 꽂을 액세서리는 크고 과감한 형태의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작고 섬세한 금속 뒤꽂이보다는 과감하고 강렬한 색감의 리본을 액세서리를 뒤꽂이 대용으로 사용해 꾸며주었다.
리본은 화려한 색감으로 인해 시각적 만족감을 주면서, 헤어스타일이 무너지지 않도록 달비를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끈의 역할도 충분해 해내는 아주 가성비 있는 재료이기 때문에 내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이다.
이 단계에서 스타일링을 마무리할 수도 있지만, 원래 계획대로 거대한 트레머리를 만들어보기로 한다.
신중하게 빗질하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달비를 머리 위에 얹었다.
달비 만드는 작업만 꼬박 3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주말에 집중적으로 했던 것 같은데... 양 손이 뻗뻗해지며 근육통이 몰려왔던 기억이 난다.
머리를 올리는 작업과정 역시 쉽지 않았지만 그간 해오던 크고 작은 작업물에 단련이 되어서인지 그냥 할 만 했다. 30분 정도면 스타일링 작업은 끝난다. 3일 꼬박 지루한 달비 작업을 이어왔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엄청난 무게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가발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아주 안정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동영상 촬영이 문제였다. 기껏 30초짜리 인데.. 가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찍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해도 그 진동이 증폭되는 것인지 무려 두 번이나 굴러 떨어지는 대형사고가 났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런데 신기할 정도로... 하나도 망가지지 않았다. 역시 나란 사람은~~^^*
너무 기분 좋았다능~~
이 기다란 속비녀는 하도 길어서 밖으로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 특이하고 별난 스타일링이지만 나름대로 시각적인 긴장감을 주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커다란 달비를 앞뒤로 관통하며 든든하게 지탱하는 모습도 아주 좋았다.
이것은 대나무 재질인데, 하나하나 칼로 깎아서 염색하고 광을 낸.. 내가 아주 아끼던 녀석이다. 평소엔 그렇게 쓸 일이 없다가 거대 달비를 얹을 때 과감히 6개를 꽂아보았다.
햇빛이 강한 오후 2시경, 마룻바닥에 반사된 엄청난 빛 때문에 촬영을 조금 망설이긴 했지만
풍부한 광량으로 인해 아름답고 다채로운 달비의 볼륨감이 한껏 표현되어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
(아래) 첫번째 굴러 떨어지고 난 뒤 촬영된 영상입니다.
(아래) 두번째 굴러 떨어지고 난 뒤 촬영된 영상입니다.
무게 중심을 조금 앞으로 당겼지만 크게 달라진 점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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