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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 IT! (고마워 다이소): 미리 결론: 돈 주고 기술자 쓰자

말뚝이의 일기

by 이말뚝 2023. 7. 1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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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집으로 이사 온 지 8년이 지났다. 이사 올 당시 집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아서 수리, 도배를 하지 않고 들어왔었다. 직장 다니랴, 애들 신경 쓰랴, 살림하랴, 작품 활동하랴... 너무 바쁘고 정신없어서 집과 작업실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고, 아예 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암 선고 후 나에게 허락된 엄청난 휴식의 시간 동안, 주변을 찬찬히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

 

첫 번째, 거실

작품활동에 필요한 재료들(엄청남)은 작업실로 70% 정도 옮기고 난장판이던 거실을 정리했더니 집이 엄청나게 깨끗해졌다. 초합리주의자이던 남편도 인정했다.

거실 (이걸 내가 해내다니...)

 

두 번째, 작업실

이전 글에서도 언급이 있었지만, 장장 1주일에 걸쳐 난장판으로 쌓인 짐을 정리하고 카테고리별로 도구를 정리하여 모든 것들을 수납했다. 이 작업을 하고 다시 일주일을 앓아누웠다. 그동안 이것들을 어떻게 다 사모았는지 나도 놀랄 지경이다. 이 정도면 작은 문방구도 차릴 수 있겠다.

작업실(가장 깨끗한 상태)

나 자신을 칭찬한다. 정말...ㅠㅠㅠㅠㅠ

작업실 (지금은 많이 달라짐)

 

세 번째, 욕실

이 아파트가 세워지고 난 후 한 번도 수리하지 않은 욕실이다. 20년 정도 되니 타일과 욕조 틈새를 메꾼 실리콘에 곰팡이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곰팡이는 검은색으로 먹물처럼 번져 있어서 락스 도포와 강력한 솔질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샤워할 때마다 비위가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건 대공사가 필요했다. 생각 같아서는 욕실 타일과 욕조, 세면대를 다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늘 돈이 문제 아닌가. 휴직하고 있는 현재 상태에서는 어떻게든 돈을 아껴야 했다. 재료와 도구 사용에 익숙한 나.^^ 수리에 필요한 도구를 어떻게 구비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우연히 들른 다이소에서 내가 필요한 도구를 모두 살 수 있었다. (실리콘을 벗겨내는 칼은 퀄리티가 떨어져서 별로 사고 싶지 않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음) 욕실 수리에 필요한 도구까지 다 갖추고 있는 다이소. 언빌리버블~!!!

 

연일 비가 내리고 축축한 날씨, 수시로 들락거리는 식구들, 매일 샤워를 해서 늘 축축한 욕실을 언제 수리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만 하다가, 아이들이 방학하는 날 밤 12시에 작업을 개시했다. 방학이니까 좀 덜 씻을 거 아님?! 마침 엄마도 먼 길을 행차하셔서 딱이다. 이 날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겁도 없이 시작한 욕실 실리콘 교체 및 줄눈 작업은 새벽 2시까지 계속되었다.

그 결과는 아래 사진,

가장 매끈하게 잘 된 부분만 골라서 사진을 찍었다.

욕조와 타일 실리콘 작업 완성

처음치곤 너무 괜찮아서 뿌듯했다.^^

설명서에는 실리콘이 마르는데 8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바르고 나서 10분쯤 지나면서 겉면부터 굳기 시작하기 때문에 표면이 매끈하게 발리도록 신속하게 손질해야 한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해보았던 붓질 경력을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니 아주아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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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작업 후 1년이 지나고...>>

이전에 남아있던 실리콘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새 실리콘을 발라야 합니다.

칼로 벗기기 힘들어서 그대로 도포했다가는, 1년 뒤에 그 검은 꽃이 다시 피어오릅니다.ㅠㅠ

지긋지긋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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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때가 끼어 아무리 청소해도 소용없던 바닥 타일의 줄눈은 전용펜을 사용해서 간단하게 정리했다.

생각보다 묽은 휘발성 잉크이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2~3차례 겹쳐서 칠하면 깨끗하게 도포할 수 있다.

바닥 타일 줄눈: 남편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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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눈 작업 후 소감... 1년이 지나고..>>

다이소 줄눈 마커.. 몇 달 안에 다 지워집니다.

손님올 때 잠깐 눈가림용이라고 보시면 되요.

준공된지 10년 미만이라면 줄눈만 교체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20년 넘은 주택에 살면 타일까지 다 갈아 엎어야 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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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양변기만 교체하기 위해서 기술자를 불렀는데...

실리콘 헤라질을 보니...

'돈 주고 기술자 쓰는 거... 괜히 하는거 아니네...'

싶습니다.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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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수리된 욕실을 본 식구들. 모두 말이 없다.

애들이야 아무 생각이 없으니 그렇다 치고,

뒤늦게 나의 업적을 살펴본 엄마는 말없이 나의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었고,

밤늦게 귀가한 남편은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돈 먹는 하마인 나의 작업실 운영에 대해 조금은 당당한 스탠스를 취할 수 있어서 기분 최고당.

가슴이 쭉~~~ 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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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면,...

기술자가 최고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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