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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 선생님을 도와주지 않았다

말뚝이의 일기

by 이말뚝 2023. 7. 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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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아직도 살아 있는 줄 아는가?

그 선생님이 나 대신 죽었기 때문이다.

매년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창고에 우두커니 서서 '내가 죽어야 끝나는 건가' 고민만 하며 실행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담임이잖아, 왜 이리 상황을 시끄럽게 만드냐. 그렇게 힘들면 정신병원치료를 받아라. 교육청에 신고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마라. 이런 건 우리끼리 조용히 해결하자.'

 

미친 개 같이 사람을 물어뜯는 학부모 민원에, 뒤통수를 후려치는 선배교사의 갑질에, 지킴이 할아버지의 성희롱에 대해 관리자와 상담하고 난 뒤 내가 들은 고귀한 충고다.

 

많은 분들이 구름같이 모여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하얀 꽃들이 가득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에서 울컥하고 핏덩이가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다.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난 이 아귀지옥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인데,

......... 하........

거기서 내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생명을 거기서 끝내기는 너무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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