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는 거듭될수록 약의 독성이 몸에 쌓여서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항암 1차, 2차까지는 견딜만해서
힘들어진다는 건 남의 얘긴가보다... 했다.
그런데
이번 3차 항암 주사를 맞고 난 후에 나에게도 올 것이 왔다.
평소와 같은 나였다면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았을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몸에 자극을 준 것 같았다.
어쨌든 그 자극의 결과는...
뜬 눈으로 밤새기, 두통, 심장 두근거림, 가벼운 산책에도 호흡 곤란, 복통, 설사, 오심, 구토, 피로감, 허리통증, 안구건조증, 눈꼽, 코피 흘림, 콧속 찢어짐, 항문 찢어짐, 식은땀, 오한의 증세가 종합선물세트로 몰려와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었다. 그냥 아팠다.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어느 주말 반나절은 물도 한 방울 마시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른채 계속 잠을 잤다.
아니, 아프니까 계속 잠을 자고 싶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정신이 깼을 때는 마음 속으로 유서를 쓰기도 했다.
쥐뿔 가진 재산도 없으면서 말이다.
설사가 멈춘 날 나는 의자에 앉아 마귀할멈같이 길어진 나의 손톱, 발톱을 깎았다.
안구건조증이 와서 눈이 너무 침침한 상태라 발톱을 섬세하게 깎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발톱마다 상처를 내었다.
다음 날, 상처가 났던 발톱 부분이 염증으로 퉁퉁 부어서 너무 아팠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2~3개씩 단단히 감았다. (밴드가 빠져버리면 살이 쓸려서 너무 아프니까)
엄지발톱은 빠질려고 그러는지 뿌리 부분이 까맣게 변하고 있었다.
아아.....
만신창이.... 나의 몸....ㅠㅠ
일주일이 지난 오늘...
발가락에 밴드를 더욱 단단히 감고 산에 올랐다.
운동화 끝에 발가락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아주 천천히 전망대까지 올랐다.
그동안 못 먹어서 그런지 몸이 가벼워서 등산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전날 밤 비가 계속 내리더니 아침에 날이 깨끗하게 개어서
전망대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말그대로 달력 풍경~^^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그 아름다운 날씨와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철없는 수다맨, 수다걸들이 많아서 시끄럽긴 했지만 참을만 했다.
왜?
신경질을 낼 힘이 없으니까.
역시...
사람은 아파봐야 세상일에 초연해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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