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을 진단 받고
나는 그 사실을 주위 사람들에게 바로 알렸었다.
너무나 당혹스럽고 얼떨떨했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면 위로가 될 줄 알았다.
지금은 후회된다.
항암치료가 시작되고 수술일정이 잡히며
나의 1년치 스케줄이 자동적으로 채워졌다.
도저히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탈모, 오심, 구토증, 부종, 몸살 등 다양한 부작용을 끊임없이 달고 살게 되었다.
이러한 항암치료는 수술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당분간 활기차게 살기는 글렀다는 우울감이 밀려든다.
수술 이후에도 항암치료와 방사선 등 앞으로 재발 위험성에 대비한 여러가지 치료는
똑같이 계속될 것이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먹어야 될 약은 산더미처럼 쌓이게 되고
매일 시간에 맞춰 약을 복용해야 한다.
약국에 갈 때마다 먹어야 될 약은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찬다.
병휴직으로 인해 시간 여유가 생기고
가벼운 마음으로 뒷산에 올라가는 사치를 부리고
아이들 아침식사를 챙겨주는 평화를 누리면서
내 스트레스는 모두 날아간 줄로만 알았다.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같은 비명소리가 내 마음 속에 숨어있을 줄이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전화가 자꾸 온다.
문자나 카톡은 그나마 양반이다.
전화올 때마다 같은 소리를 해줘야 하고
내 병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심지어 보험 가입 여부까지 알고 싶어한다.
처음 몇 번은 자세히 말해주다가 점점 승질이 나기 시작했다.
단톡방에 내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항암주사를 맞고 머리가 다빠지긴 했지만 나름대로 유쾌하게 살고 있다는 취지로 올렸었다.
그랬더니 내가 진짜 유쾌하게 지내고 있는 줄만 알더라.
'암환자 별 거 아니네'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전 직장 선임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
"어느 정도 치료가 진행이 됐는지 궁금하네요"
(너의 정보를 미리 확보해두고 싶단다)
"힘들지 않는지 걱정되기도 하고"
(요즘 유방암은 조기 발견되서 치료가 쉽다고 하더라)
"제 친구가 그나마 잘 먹어서 예후가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너도 별로 안 힘들지? 다 알아봤어)
"빨리 치료 끝내고 편안하게 휴직 기간을 보내길 빌게요."
(치료가 일찍 끝날테니 좋겠다. 거기에다 돈도 나오고..)
아무도 너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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