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들어가는 항암약은 파클리탁셀(TC) 이라고 한다.
듣자하니... 아드리아마이신(AC) 보다는 견디기 조금 수월할 거라는 데...
투약 시간이 너무 길다. 그래서 침대에서 주사를 맞나보다.
하지만 먹어야 하는 약 가짓수가 줄어서 좋다.^^
약이 온몸에 퍼지길 기다리며 베개에 머리를 기대고 잠깐 잠이 들었다.
바늘이 꽂힌 손등에 아련한 통증을 느끼며 나름대로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 되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 홀로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힐링이 따로 없구나...
고요, 적막... 내가 정말 바라던 환경이다.
직장 생활, 가정 생활, 인간 관계에서 수많은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도 들어야 하고, 쉼없이 컴퓨터를 들여다보아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야만 했었다.
너무 지쳤다.
뭐가 그리 아쉬워서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그리 애처롭게 듣고 있어야만 했을까.
듣고 있어야만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안쓰럽고 바보같은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할말이 없었던가. 아니.
할 말이 너무 많았지만... 세상에 말 잘하는 인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잘 아는... 바보같은 나이기에 가만히 있기만 했다. 그런 태도가 그 인간들로 하여금 나를 세상 편하고, 늘 함께 하고픈 사람이라고 여기는 이유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낯선공간에서 지내기 힘들 때...
적절한 상대를 하나 골라서 내 곁에 두는게 안전할 수 있다는 전략적 생각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어린시절부터 늙어버린 지금까지 참 많이 당했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인간은 정말 밟기 쉬웠을테니까.
나는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맺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어쩌다가 '혼자' 있는게 너무 싫고 누군가와 같이 하고 싶을 때는... 항상 비굴하고 낮은 자세를 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같다.
맞다.
호구로서의 삶을 스스로 실천했던 것이다.
나보다 조금 나아보였기에 친구가 되고 싶었고,
자기보다 못한 부분이 보였기에 나는 그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듯 하다.
사소한 사건으로 SNS 채널 하나를 날리면서...
그동안 나라는 사람이 그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었던건지 짐작해버리고 말았다.
슬픈 회의감이 나의 온 몸과 마음을 감쌌고
그 회의감은 나를 너무나 비참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허탈감에 며칠동안 슬픈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가치없는 눈물도 줄줄 흘리면서 말이다.
더 화가 나는 건... 왜 이렇게 늙어서야 이런 사실을 깨달았냐는 거다!
정말 화가 난다.
멍청한 나...
과거로 돌아가는 건 정말 싫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치고 싶은 시점이 한 군데 있다.
고3 시절.
딱 그 시점으로 가서,
어리고 멍청한 나의 손을 꼭 잡고 빠져나올 것이다.
그리고 아주 혼을 내줄 거다.
정신 좀 차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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