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증 때문에 돌아버리겠다.
방사선 치료 중에는 잘 몰랐었다. 매일 늦지 않게 병원에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 그랬던 건지 어디가 아픈 줄도 몰랐다. 치료가 끝날 때 즈음 가려움증이 슬슬 돋아나기 시작했다.
수술한 부위에 새살이 돋는 건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쿡쿡 쑤시고 피부 깊숙한 안쪽이 매우 가렵다. 피부를 긁어도 소용이 없는 은밀한 간지러움이다;;; 암 조직을 포함해서 한 움큼 잘라냈을 테니 그 복구과정이 어지간하겠는가 말이다. 그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더 강력한 가려움증은 유두 부위에 몰려왔다. 성별을 불문하고 가장 약하고 두께가 얇은 부위가 바로 이곳인데, 가렵다고 마구 긁을 수도 없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처음엔 유두가 쓰리고 아프더니 유륜 부위까지 통증이 번져나갔다. 그 기분이 너무 불쾌해서 밤잠을 설치며 컴퓨터 앞에 앉아 관련 통증으로 인한 최악의 결과까지 검색하게 되었다.
'또 이렇게 죽는 건가' 하며 마음속으로 온갖 막장 드라마를 찍고 나서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약국으로 달려갔다. 상처에 바를 연고, 크림, 반창고 등등 드레싱에 필요한 재료를 가리지 않고 샀더니 5만 원 정도 나왔다.. OMG... 하지만 어쩔 수 없지.ㅠㅠ
태어나서 내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느라 이렇게 정성을 들인 적이 있을까.
상처 부위가 워낙 예민하다 보니 정말 조심스럽게 약을 바르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유두와 유륜의 경계부위가 다 갈라져 있어서 노란 진물이 흐르고 속 피부가 빨갛게 드러나 있는 게 아닌가...ㅠㅠㅠ
이러니까 그렇게 아팠지;;;;; 와... 미친...
수유하면서도 멀쩡하게 잘 버텼던 나의 젖꼭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방사선 치료 시 처방되는 고보습 크림을 대충 발랐던 탓일까? 피부가 건조해진다는 말을 듣고 그런가 보다 해서 가슴에 바르기만 했지 유두에까지 바르지는 않았다. 여기가 건조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거지...
세상일이 다 그렇듯 늘 이런 식으로 허를 찔린다. 가장 신경 써서 보호해야 할 부위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유두 부위를 드레싱 한 지 벌써 3일째다.
이제야 진물이 멈추고 조금씩 아무는 느낌이다. 워낙 얇은 피부라 그런가... 잘 낫지도 않는다.
겨드랑이 림프선 절개 부위, 종양 제거 부위 통증에 더해서 유두 가려움 통증까지... 두통과 구토 증상이 줄어들어서 좋아했더니 또 다른 손님이 돌아가며 찾아온다.
이건 뭐 윤회도 아니고 말이야.. 올 때마다 새로운 증상이라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말 그대로 '훅~' 들어와서 그냥 당하고 있을 뿐이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지겠지...
삶의 질이 나빠져서 더욱더 꼼짝 않고 웅크리고 있는 나.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처럼 살이 잔뜩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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