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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드디어

유방암 치료

by 이말뚝 2022. 12. 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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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또 많이 자람 (원래 숱이 많기도 함)

나는 전신 샤워를 할 수 있다.
뜨끈한~ 물을 틀고 샤워기 아래 서 있을 수 있는 게 언 한 달 만이다.
코로나 걸려서 방사선 치료가 밀리는 바람에 어제가 되어서야 드디어 방사선 치료가 끝난 것이다.
총 20회.
수술 부위를 포함한 오른쪽 가슴 전체 16번, 수술 부위 4번 진행했다.
푸른색 매직으로 가슴에 여러가지 격자무늬를 그리고 철제 침대에 누워서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한 다음, 커다란 기계가 징~~~ 하고 돌아가면 1~2분 정도 가만히 있다가 치료가 끝나고 침대에서 내려오면 된다.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아서 이게 치료를 한 건가 만 건가 싶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치료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는 쌓이고 쌓여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넘어뜨린다.
매일 반복되는 치료가 나를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가볍게 넘어갔을 감기나 두통도 그 정도가 더 심해질 수가 있다는 거지. 특히 나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더하다고 본다.

쉽지 않았다.
몸에 그린 선을 피해 씻어야 하는 것도 너무 귀찮았다.
태생이 게으른 나는 한 달, 아니 두 달이라도 씻지 말라고 하면 씻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머리도 짧겠다 샴푸 따위도 필요 없었다.
하지만... 옷을 홀딱 벗고 선생님에게 몸을 보여야 하는데, 정수리에서 그리고 몸에서 꼬릿한 냄새가 나면 쪽팔리잖아.ㅠㅠ
부위 별로 잘 분할해서 고양이처럼 조심조심 씻어야 했다.
씻느라 선이 지워지면 다시 그려야 하는데, 추가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고... 돈이 너무 아깝잖음~~!!ㅠㅠ

방사선 치료의 마지막 주간이 되니까 치료 부위가 벌겋게 변해 있었다. 열감은 없고 아프지도 않다.
수술한 오른쪽 가슴이 왼쪽 가슴에 비해 좀 더 딱딱한 느낌이 들고...말랑말랑한 남의 가죽을 하나 덧씌운 느낌이랄까... 그리 유쾌하지 않은 느낌이다.
이전에 비해 쿡쿡 쑤실 때가 있어서 가슴과 겨드랑이 부위를 손으로 눌러서 진정시키기도 했다.

통목욕과 때밀기는 3주 후부터 하라고 하는데...
이런 권고사항은 목욕에 너무나 진심인 언니들을 위한 지침인 것 같다. 우리 엄마처럼 사우나에 열광하는 언니들이 얼마나 많겠어.
병원에서는 항상 최대치로 말해주는 버릇이 있어서 나같이 소심한 찐따를 더 소심하게 만든다.

요즘 살이 너무 쪄서 헬스를 해야 한다고 무지하게 마음을 먹고 있다. 헬스 유튜브를 보는 것으로 내가 운동을 한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파트 헬스장에 등록을 해놓고서.. 개점 휴업 상태다. 부담을 가지면 아예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
나는 가벼운 아령을 들고 깔짝깔짝 하거나, 누워서 스트레칭하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다.
이렇게 부담없는 운동을 하면 쉬워서 좋긴 한데 시간이 너무 많이 늘어진다.
운동 시간이 늘어지면 또 관둘 것 같아서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짧게 끝내는 걸로 해보자.
어제는 처음으로 양쪽에 10kg 바벨을 끼워서 데드리프트를 해보았다. 겨우 5개씩 낑낑 거리며 들어보았다.
(사람이 많으면 부끄러우니까 헬스장 문 닫기 직전에 가서 했다;;;)
손에 힘이 풀려서 잘 안된다.
벤치프레스도 해보았다. 5개씩.
딱 그렇게만 하고 집에 왔다. 웬걸... 용을 썼더니 땀이 나는 게 아닌가.
오! 이거군.
유튜브 박승현 채널을 잘 보고 있는데, 저렇게 굵직한 팔과 몸통을 가지고 있다면 사는 게 조금 덜 아프고 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 에너지를 나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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