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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쉬면 되잖아요! 하루만!!

말뚝이의 일기

by 이말뚝 2023. 4. 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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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법륜 스님의 유튭을 꾸준히 시청 중이다.

심플하게 답변을 해주시는 스님의 공력에 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말 한마디로 질문자의 입을 쌉다물게 하신다.

질문자와 같은 수준인 나, 이 보잘것없는 우주먼지의 두개골을 쪼개어 싹-- 씻어주시는 스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공력이 높으신 분들의 생김새의 공통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어린아이와 같다는 점이다.

 

나이가 많으시지만 그 표정과 미소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하다. (화를 내실 때, 승질 부리실 때는 정말 무섭다)

말투가 부드럽고 목소리는 맑은 음색이다.(성대가 노화되었어도 이상하게도 맑다는 느낌이 든다)

뼈대가 작고 동글동글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약간 모호할 때가 많다)

멀리서 보아도 두 볼에 핑크빛이 돈다.

쉬운 어휘를 사용하신다.(이런 점 때문에 존경받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시엄니의 모습 같기도 하다.

해맑고 순수하시고 화를 제대로! 낼 줄 아시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늘 웃음이 많고 반짝반짝 피부에 핑크빛이 도는 예쁜 얼굴, 생활 속에서 터득하신 삶의 철학을 본인이 아는 말로 쉽게 말해주신다.

위에 형님도 계시고 해서 내가 시엄니께 뭘 특별히 잘해드리려고 나선 적은 없다. 시부모님의 거취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형님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내가 시부모 일에 직접 참견하게 되면 며느리 간 싸움만 일어나기 때문이다.(그리고 며느리들끼리 싸우면 제일 기분 좋아할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난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길 원치 않는다) 아랫동서가 형님과 같은 위치에서 시부모님을 대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난 시부모님보다는 형님께 잘해드리기로 했다. 당신들께 살갑게 다가와 애교를 떨지 않아서 서운해하시고, 명절 때마다 형님만 믿고 늘 뒹굴거리는 내 모습에 적잖이 실망하시는 어른들의 어두운 얼굴이 조금.. 가슴 아프기는 하지만, 뭐... 나의 작은 희생으로 내 남편과 아주버님의 우애가  유지될 수 있다면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각설.

 

어린아이 같이 맑은 미소로 상냥하게 상담해 주시는 법륜 스님께 30대 후반의 여인이 질문을 던졌다.

"주말에 소파에 누워서 퍼질러 자는 남편이 너무 싫고, 이해할 수 없어요. 일하느라 피곤한 건 이해하지만 주말이라도 애들과 놀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남편이 너무 밉고 한심해 보입니다."

이에 스님은,

"남편이 처자식을 잘 먹여 살리고 있어요? 매일 집에 잘 들어와요?"

여인은 이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했다.

"남편이 술집여자를 만나 돈을 그 여자에게 준 일이 있어요? 당신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몰아세웠어요?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어요? 식구들에게 욕설을 해요?"

여인은 이 질문에 모두 '아니요'라고 답했다.

"그러면 도대체 뭐가 문제요?"

라고 스님이 물었다.

이에 여인이 쏘아붙이듯 말했다.

"주말에는 하루만 쉬면 되잖아요! 하루만!!"

(이 답변을 들은 순간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미친x')

 

(스님의 응시...)

"아니, 뼈 빠지게 일하고 나서 주말에 소파에 좀 누워있는 게 무슨 죄요? 애들이 어디 나가고 싶어 하면 자기가 데리고 나가면 되잖아? 아니면 애들이 집에서 놀 수 있도록 엄마가 환경을 마련해 주면 되지, 멀쩡하게 돈 잘 벌어서 자기한테 다 갖다주고 집에도 꼬박꼬박 들어오는 그 착한 남자를 왜 그리 못 잡아먹어서 난리야..."

(또다시 응시...)

"... 으이그... 쯧쯧... 내가 저 꼴 안 보려고 결혼을 안 했잖아..."

(청중들 모두 웃음)

 

여자들아. 정신 좀 차리자.

 

다른 여인의 고민도 있었다. 비슷한 내용이었다.

"... 결혼 전에 이 문제에 대해 약속을 했었어요. 근데 왜 시간을 지켜서 귀가하지 않는 걸까요? 약속을 했는데 말이죠.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이 문제에 대해 남편과 조곤조곤 상의하려는데 버럭 성질내는 거예요..."

 

스님은 응시 후 답했다.

"... 아이고... 내가 저런 여자 안 만나고 중이 된 게 천만다행이다..."

(청중들 모두 웃음)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그깟 약속이 뭐 대수란 말인가. 남편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한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블러 처리가 되어있어서 이 여인의 생김새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면... 저런 여자는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 화도 내지 않는다. 조곤조곤 말투로 사람을 말려 죽이는 스타일이다. 저렇게 새된 목소리를 가진 여자는 대체로 몸집이 크고 튼튼하게 살이 오른 체형이다. 성대에도 살이 쪄서 목소리가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금은 짜증스러운 새된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전에 너무 많은 상상과 기대를 하지 마라.

기대는 실망이라는 자식을 낳는다.

아무 생각 없이 담백하게 사람을 만나고 결혼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이 남자가 원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결혼이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면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나에게 빗대어 해석해 보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물론 잘 되지 않는다. 

성질이 올라올 때마다 남편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얼마나 바보 같은가 말이다. 남편의 한숨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법륜 스님은 전기충격기를 사서 화가 차오를 때마다 나 자신을 지지면 이런 버릇이 싹 고쳐진다고 한다. 짧고 강렬한, 잠깐의 죽음을 맛보아야만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천착된 업식을 고치려면 새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이전과 달라지는 이유다.

 

평생 비혼으로 살아가겠다던 지인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별생각 없이 남편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이 진행되는 과정들을 이야기했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지인의 얼굴은 걷잡을 수 없이 어두워지며 '너는 지금 그냥 '여자'가 되려고 하고 있다. 왜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거야? 정신 차리고 그만 헤어져라.'라며 나를 다그쳤다. 그 당시 남편과 만나서 주말 데이트를 하고 있으면 전화를 해서 '아직도 안 헤어지고 뭐 하냐? 설마 지금 만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지인은 세상 꼴 보기 싫은 지렁이 쳐다보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가 보다 했다. 속은 상했지만 참았다. '오래 봤던 친구가 결혼한다는데 서운할 수도 있겠다'라고 나 자신을 타일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결혼하기 전 남편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인간은 나에게 이런 소리를 지껄였다.

 

"니 남자 친구한테 조심해서 행동하라고 해. 나한테 잘해야 네가 결혼할 수 있는 거야. 나한테 먼저 통과되어야 하는 거 알지?"

 

비혼주의자인 그 사람의 인생관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남의 남자의 사랑과 관심을 자기가 받으려 하는 변태적 사고.

친구를 하인으로 여기고 가스라이팅하며 느끼는 기쁨.

어쩌다 그 어린 나이에 저런 말을 지껄일 수 있었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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