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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계속 피곤하더라... 삼중음성유방암 진단

유방암 치료

by 이말뚝 2022. 2. 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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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찍을 때만 해도 몰랐지...

직장생활 짬짬이 시간을 쪼개어 머리를 만들고 비녀를 깎아서 만들며 나만의 블로그를 한참 꾸며가던 시간이었다.
머리를 다루는 사람이면서 아주 짧은 투블럭 컷을 유지하고 있는지라 모자를 썼을 때 장난삼아 비녀를 꽂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작년(2021년 12월 4일(토)) 사진이구나.. 맞아... 그때도 계속 피곤했었어...


2021년 12월 24일(금) 오른쪽 가슴 상부에 뭉글뭉글 통증은 없는 혹이 잡혀 직장 인근의 방사선과에서 초음파를 찍어보니 1.4cm정도의 혹이 나타났다. '암이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 모르니 조직검사를' 해보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따라 대학병원 유방외과에서 조직검사(2022년 1월 28일(금))를 하게 되었다. 그 다음 주간은 설 명절이라 조직 검사 결과를 듣기까지 2주를 기다려야 했다. 명절 연휴 때 시댁에 내려가서 자리에서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아픈 모습만 보여서 그런지 시어머니의 짜증스러운 잔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다. 뭐... 평소에도 그리 성실한 며느리는 아니었기에 할 말은 없었다. 형님이 옆에 계셨으면 어머니의 밑도 끝도 없는 잔소리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을텐데... 거의 뭐... 피폭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날 따라 유난히 이상한 말을 계속 하셔서 앞으로 어머님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에게 받은 만큼 신랑에게 폭탄을 쏘아댔다.


2022년 2월 11일(금) 조직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는 모습이다.

초췌하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전날 담당 교수로부터 직접 전화가 와서 '보호자와 같이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무서웠다. 바쁠 것 같은 신랑보다 친정언니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같이 갈 수 있느냐 물었고 언니의 시간이 여의치 않아 바로 신랑에게 연락하여 다음날 같이 병원에 동행했다. 당연히 나는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고 최후의 생각까지 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역시 '암'이었다. 머리 속이 딩딩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고 동공의 초점이 풀려 담당 교수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담당 교수의 목소리가 작기도 했고 조직 검사 결과가 본인의 진료과목이 아니라고 여겼는지 말투에 자신이 없는 인상이어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 정말 그때 진단 결과에 대해 정확하게 필기를 해두었어야 했는데... 병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환자 본인 뿐이다. 옆에 서 있는 보호자도 정신이 없기 때문에 굵직한 단어 몇 개 빼고는 기억을 할 수가 없다. 교수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정확하게 기억을 하거나 필기를 하여 따로 정보를 찾아보았어야 했는데 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가만히 누워 담당 교수가 했던 말... 뭉게뭉게 피어나는 회색빛 구름같은 단어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윤곽선을 좀 더 명확히 해보는 상상의 작업을 진행해보았다. 뭔가 찜찜한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2022년 2월 16일(수) 수술 전 검사(CT,MRI,MN 등 여러가지)를 받았다. 띄엄띄엄 떨어진 검사 시간 때문에 이틀에 걸쳐 검사가 실시되었고 그 중 하루는 주사기 바늘을 손등 정맥에 꽂아두고 12시간을 보냈다. 이런 건 괜찮아... 참을 수 있어.

조영제 투여를 위한 주사기 꼭지? 

전날 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불길한 유방암 관련 단어의 맥을 잡았다. 나의 진단명은 침윤성 유관암이다. 유방암(악성종양)은 총 4가지로 분류되는데 그 중 가장 데미지가 높은 종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삼중음성유방암'.
어... 이거 같은데... 조직검사 결과 듣던 날 교수가 종이에 자신없는 글자로 끄적끄적 하던 그 글씨... 시옷으로 시작하는 긴 단어였어.... 이거였구나... 이거 맞는지 물어봐야겠다.

담당 교수가 바뀌었다.
새로 만난 담당 교수는 모니터에 띄워놓은 나의 초진자료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의학 책에서 빠삭하게 외운 듯한 수술 단계와 항암치료 단계, 그리고 수술 방식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광범위하게 정확하게 술술 말해주었다. 암기능력이 아주 탁월하신 분 같았다. 유방암이라는 것은 어쨌거나 외과적 증상이 있고 환자의 외적 상태에 대한 의사의 촉진이 먼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것은 없었다. 불안했다.

혹시나, 삼중음성유방암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바뀐 담당 교수는 모니터를 한 번 살펴보더니, '그렇네요. 삼중음성유방암' 이라고 짧게 대답하신다. 나는 그 이후로 침묵을 유지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바쁘게 일하고 있을 신랑에게 문자메시지를 넣었다.
'여보, 삼중음성유방암이라고 하네요.'

이 병원에서 수술대 위에 올랐다간 그대로 골로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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