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7일(목)
새로운 담당 교수를 만난 후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눈물만 났다.
처음 진단받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이제 제정신이 차려지는 것인지, 아니면 나는 이제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병가 및 휴직처리를 위해 직장에 가야했다. 내 책상에 도착해보니 이미 다른 사람의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일하고 싶은 열정이 정말 넘치시는 분 같았다. 서랍 안에 넣어둔 노트북 위에 그 분의 전기고데기와 거울, 빗 같은 여성용품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물건들을 털어내고 노트북을 끄집어내었다.
그래 다 좋다.
그런데, 이틀 전 퇴근하면서 책상 위에 두고 갔던 내 마우스와 충전 어댑터가 없어진 것이다. 다시 반납해야 하는 건데... 아... 조금 골치 아프네... 다른 분을 통해 물어보니 '책상 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분리수거 비닐봉투에 있었을 테니까 '책상 위에는 없다'고 했을 것이다. 나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업무노트북 담당자가 진심으로 짜증을 낼 것 같아서 마우스와 충전 어댑터를 사비로 구매하여 노트북 가방에 집어넣었다. 나의 후임자를 위해, 그리고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지기 위해서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 어떤 볼멘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짐을 싸는 내내 눈물이 차올라 주체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전 직원 연수가 있는 날이라 사무실은 비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2022년 2월 18일(금)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하게 되었다. 진료 시간은 오전10시 20분.
전원 시 준비해야할 서류는 기존 병원에서 융통성 있게 잘 처리해주셔서 빠른 시간에 챙겨 갈 수 있었다.
진료 시간을 맞추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고, 사람들로 혼잡한 로비를 지나 [처음오신 분 창구]에서 환자 등록, 소견서 및 CD, 조직검사 슬라이드(10개 이상 준비) 제출, 대대기실 면담,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을 거쳐 담당 교수를 만나볼 수 있었다.
담당교수님은 모니터를 잠시 쳐다보시고는...
: 이쪽으로 누워보세요
: (2~3회 간단히 촉진)
: 됐습니다. 나오세요.
(내가 옷을 입고 자리에 앉은 후,)
: 삼중음성유방암 맞고요, 부분절제하면 될 것 같고, 무엇보다 항암치료를 먼저 해야 합니다.
: 네.
짧고 간단하지만 명확했다.
멋지다.
< 참고사항 >
병원 출입 시 반드시 출입증 카드를 앱으로 받아두셔야 합니다. QR코드는 쓰지 않더라구요.
아래와 같은 출입증을 스캔해야 진료병동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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