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항암치료를 기다리며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나버린 나의 시간들
시간이 이렇게나 연한 파스텔톤으로 채워질 수도 있구나 싶습니다.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밝지만 채도가 아주 낮은 색깔의 시간들
시간이라는게 굉장히 구체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공간 그 자체인 것 같아요.
나의 신체를 포함한 모든 환경과 공기, 손에 잡히는,, 피부로 느껴지는 모든 것들..
두부 한 모를 덜컹 썰어놓은 듯한 공간의 연속체.
비가 내리고 난 뒤 시원한 바람이 가슴 속을 관통하는
산 꼭대기의 시간을 가지고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의 산꼭대기 전망대에는 많은 아재들이 올라와 계셨어요.
제 또래의 사람들은 모두 거실 소파에 누워있을 시간이지요.
아재들 틈에서 이리저리 셀카를 찍고 체조를 하고 혼자 난리 부르스를 췄습니다.
중학교 때 배웠던 가정법 예문이 생각납니다.
"나에게 날개가 있다면, 너에게 날아갔을 텐데 (영어로 표기 못함. 다 잊어버렸음)"
커다란 날개를 달고 저 멀리 산꼭대기와 구름 사이의 깊은 공간으로 쑥 빨려들듯 멀리 날아가고 싶습니다.^^
비가 내린 뒤, 아직은 비를 머금고 있는 구름들이 빨리 흘러가고 있습니다. 자기네들끼리 뭉치고 엮이며 급하게 저쪽으로 날아갑니다.
저렇게 꿈틀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진짜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장면이기에 눈을 뗄 수 없어요.
"오~ 놀라워라~" 조용히 외쳐봅니다.
산책이 끝난 뒤, 갈증도 나고 다리도 아파서 한스카페에 들렀습니다. 역시 한스의 웬만한 메뉴는 실패하지 않아요.^^
상큼한 석류주스를 마시고 신나게 귀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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