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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라.. 제발

말뚝이의 일기

by 이말뚝 2022. 6. 1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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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잘못 되었다.
이때까지 인생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모두 내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다.
원래 내 성격은 이상했고,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기분나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주위에 사람이 없다고만 생각했다.
완전 다 틀린 건 아니지...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마다 누군가 항상 발목을 잡았고 그 결과 이상한 곳으로 튕겨져 나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 혼자 뚝 떨어져 있었다.
배신, 뒤통수, 험담... 너무 익숙한 것들이라 나도 그런 진흙탕 속에 뒹굴며 내가 괴롭힘 당했듯이 남들을 꾸준히 괴롭히며 살아왔다.
남을 괴롭힌 댓가인지 나는 암에 걸렸다.
이제 알 사람은 다 알았으니 얼마나 속으로 고소할까.
니가 그럴 줄 알았다면서.

내가 뭔가 중요한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난 항상 자신이 없었다. 나 자신을 의심했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경청했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20년이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지가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하는 나에게 항상 말해왔다.
'안돼' '하지마' '너와 어울리지 않아' '옮기지 마' '그냥 여기 있어' '걔들 믿지마' '나한테 먼저 말하고 해' '그만두고 그냥 즐겨' ' 딴 사람 믿지마'
대학 진학, 연애, 결혼, 계약, 병원 치료, 직장 생활, 하다 못해 내 작업 방향까지...
난 왜 가만히 있었을까. 왜 그게 맞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유죄다. 내 자신을 방치한 죄.
난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생각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일희일비하고 타인의 말에 기대어 살았던 거다.
생각하는 힘이 없는, 유약하고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
그런 틈새 사이로 입김을 불어넣기는 정말 쉽고, 그렇게 자신이 불어넣는 입김의 방향으로 쏠리는 바보 같은 모습을 보며 절대 지존의 보호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 으쓱한 기분을 느끼며 잠깐 즐거웠을 것이다.
나는 대학에 떨어졌고, 결혼에 실패할 뻔 했으며, 돈을 돌처럼 여길뻔 했고, 내가 퍼주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으며, 그렇게 돈을 잃었고, 정량평가가 불가한 업무를 진행해서 직장에서 항상 최하 평가를 받았으며, 애 낳고 살아가는 유부녀의 삶이 완전 병신인줄 알고 살아갈 뻔 했다.

내가 볼 필요가 없는, 알 필요가 없었던 다른 인생의 방향에 너무 많이 기웃거렸다.
정말... 나 이때까지 뭐하고 살았냐....

예전에 지인을 방문했을 때 바로 앞에 있는 지정 주차구역에 차를 세우는 실수를 범했다. 단독 주택 지역의 주차룰을 모르고 지인이 권하는 대로 아무생각없이 주차한 내 잘못이었다.
얼마 뒤 차 앞에 붙은 남편 전화번호로 거친 항의와 더러운 욕설이 전달되었고, 난 차 안에다 내 전화기를 두고 내려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동안 내 차 때문에 인근 사람이 모여들어 난리가 난 것이었다. 건물 주인이 나와서 나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고 뭐라 욕설을 하였다. 그때 지인은 주머니에 손을 딱 꽂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본인은 그 건물 세입자였기에 그렇게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남의 동네에 가서 개망신 당하고 얼빠진 표정으로 다른 곳에 차를 옮기고 돌아왔더니...
"그러게, 주차 공간이 저기도 있었네..." 라고 한다..
그 이후로 지인을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다.

고3때 대학 입시를 위해 좀 더 큰 학원으로 옮기려했었다. 나를 극렬히 말리던 담당 선생님..
옮겨봐야 별 거 없다면서 자기한테 배우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해했었다.
그런데... 입시동향, 원서 작성 및 제출, 시험장 위치 등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었다.
하다 못해 서울로 입시를 치르러 갈 때쯤 되어도 '잘 갔다오라' 는 말 한 마디 없었다.
때마침 IMF가 터져서 집안 경제 사정이 완정 망가졌고, 주위 도움으로 재수 생활을 이어갔다.
3년 뒤, 그 선생님은 나의 입시 실패를 통해 경험치를 쌓았는지... 그의 제자가 내 후배로 들어왔다. (그 제자분이 나를 보며 하도 반가워 하길래 뭔가 싶었다.)
스승이라고 그 인간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반가운 마음 반, 원망 반이 섞인 마음을 비추고 말았다.
원치 않았던 대학에 진학하면서 딱히 행복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난 재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멍청하게 졸업했다.
대학원 진학은 생각도 할 수 없었기에,
생각지 못했던 직종을 골라 돈벌러 다니면서 그야말로 꿈길을 걷는 듯 몽롱하게 20년을 보냈다.
왜? 꿈에서도 내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다 싫었다.
사람이 싫고 무서운 내가 어떻게 그 오랜 시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뭐 별거 있나. 근로 조건이 나쁘진 않았으니까 오래 버텼겠지.

어제 강호동 대표의 말이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 나물에 그 밥"

빨리 떨궈내고 치고 나갔어야 했다.

버려진 내 시간들아...

내 결혼을 죽어라 반대했던 사람이 3명 있었다.

하지만, 난 이 남자를 사랑했고
그들의 바램과는 달리 아직까지 무사히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나한테 통과가 되어야 니가 결혼할 수 있을거라' 고 했던 그 자신만만함은 뭐였을까?
지금도 미스테리다.

누구도 너의 성장과 성공,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눈을 똑바로 뜨고 반드시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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