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상 예약이 필요한 항암주사다보니, 주사를 맞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채혈, 기다림+기다림, 외래진료, 기다림+기다림+기다림, 주사실 입장, 바늘 꽂고 기다림+기다림+기다림+기다림...
항암일정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병원에서 지내게 된다.
( 보통 1~2시간 정도 여백의 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병원 밖으로 나가기도 아주 애매하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의외로 할 것이 별로 없어서 <밥먹기> 또는 <잠자기> 이 두 가지 활동을 주로 많이 한다.
(휴대폰 보기는 패쓰~)
오늘은 뜨끈한 국밥을 먹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살살 쏟아져서 운전석 시트를 뒤로 제끼고 잠을 잤다.
잠을 자면서 난... 대형병원 주차장이 얼마나 시끄러운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왕왕 거리는 엔진소리는 물론이고, 주차장 우레탄 바닥에 타이어가 문질러지는 " 찌~~~~~익~~~~!!!!" 소리.
운전자의 스킬에 따라 타이어의 비명을 평균 3~4회 정도, 많으면 10회 이상 들을 수 있다. 정말 미쳐버린다~~~;;;
타이어 찢어지는 소리 덕분에 5~10분마다 잠을 깨었다. 왓더~~~-_-;;;
병실 호출 문자가 와서 냅다 뛰어 갔다. 세상느린 엘베를 뒤로 하고 5층까지 뛰었다. (마음은 뛰었지만 조금 빨리 걸어가는 정도였다..ㅠㅠ)
그런데 웬일. 주사를 맞으면서 생각보다 쌩쌩한 거다. 다른 날 같으면 벌써 누워서 자고 있었을 텐데.
아~~;;;; 콧 속 깊숙한 곳에서 쐬~~~~~ 한 플라스틱 냄새가 올라온다. 내가 예민해 진건가... 이 냄새 은근 기분나빠... 저절로 표정이 찌그러진다... 이럴 때는 잠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도 눕지 않고 계속 앉아있었다.
5분 정도 지나 조금 견딜만하게 되자 가방에서 소일거리 할 것을 꺼내었다.
냄새 없고, 소음 없고, 남들의 시선을 끌지 않고, 마음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그림 작업을 시작했다.
주사실에서 그림작업은 처음이다.
그간 항암주사 횟수가 쌓이면서 버티는 요령이 생겨서 그런지, 그림작업을 할 생각도 하게 되나 싶다.
핏줄이 욱신거릴 때는 잠시 쉬어준다.
펜을 잘못 골라왔는지 잉크가 고르게 나오지 않아서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건 종이 한 장, 펜 한 자루 뿐이었기에 참고 인내하며 그릴 수 밖에 없다.
[ (KBS N) 무엇이든 물어보살 ] 에서 이수근 님이 했던 멋진 말이 생각난다.
"손재주가 많으면 굶어죽어."
할 줄 아는게 많고, 가지고 있는 수단과 방법이 많으면 생각이 많아져서 일의 완성이 더뎌진다.
때에 따라서는 단 하나의 재주, 단 하나의 옵션이 엄청난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
결론 1 >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속상함과 억울함이 일을 완성시킨다.
어쨌거나... 45분 정도 계속 진행하여 1차 작업을 마무리했다.
집에서 했으면 펜을 바꿔가며 이리저리 요령피우고 10분 마다 놀면서 결국은 미완성했을 것이다.
선택지가 없다는 건 온갖 잡생각을 깨끗하게 지워준다.
(아... 그래서 샌델 교수님이 청소부터 하라고 한거구나...-_-)
간단한 스케치 작업이라...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아서 다음 항암 때는 다른 그림을 준비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결론 2 > 밥먹기, 잠자기.. 그리고, 그림그리기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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