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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유방암 선항암 파클리탁셀(TC) - 다섯 번째

유방암 치료

by 이말뚝 2022. 6. 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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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른 시간 출근 시간 전에 병원으로 출발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혈액검사, 외래진료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출근시간을 피해야' 병원 예약 시간에 늦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
병원 구내식당의 소고기해장국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
(오늘은 빨간 기름이 둥둥 떠 있어서 숟가락으로 좀 걷어내고 먹었다.)

집에서 작업하던 그림을 들고가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였다.
주사를 꽂고 간호사 샘이 커텐을 촤라락~ 쳐주셔서 너무 좋았다.^^
한 20분 정도 빨리 끝내고 자리에 얼른 누웠다. 난 할 일을 다 했으니까...
생살에 바늘을 꽂는 행위는 그리 유쾌한 일도 아니고
서늘한 약물이 핏줄을 타고 스스륵 올라오는 기분을 느끼는 것 자체가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그냥 눕고만 싶다.

집에 돌아와 반창고를 제거해보니 피멍이 들어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오른손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

나는 오른쪽 상부 유방암이 있다.
유방암 수술은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도 같이 겸하기 때문에 수술 전후로는 오른손, 오른팔에 바늘을 꽂으면 안된다고 한다.(그러게... 바늘을 얼마나 많이 꽂아야 하겠어ㅠㅠ;;;)
수술 전 항암할 때는 왼쪽의 혈관을 아끼기 위해 오른쪽 혈관을 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간호사 샘의 말씀을 들었다.
(왼쪽 유방암이라면 수술 전까지는 왼손, 왼팔 혈관에 주사를 꽂는게 좋겠지^^)

너덜너덜 해지는 나의 오른손 혈관들.. 힘내


얼마 전 CT 결과, 오른쪽 폐 상부에 8mm 작은 결절이 발견되었다.
암인지 아닌지 아직은 모른다.
그냥... 뭐랄까... 마음을 더 내려놓게 되었다.

내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는게 없구나.
내가 바라는 일이, 나의 인위적인 노력과 의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신해철 님이 하신 말씀이 틱톡에 돌고 있었다.
"여러분, 성공은 100% 운입니다. 딴 거 없어요."

죽어라 시간을 쪼개 일을 하고 노오력을 하고 만신창이 몸이 되어 이렇게 병원신세를 지고.. 또 하나 결절이 발견되었다.
노력.
인간의 노력이라는 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노력 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노력은 그저 단단한 바닥일 뿐이다.
단단한 바닥을 만들어 주는 일. 바닥만 만들고 끝나는 인생도 있고, 바닥 없이 점프해서 뛰어올라 구름 위를 걷다가 가는 인생도 있다.
그렇게 점프했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인생도 있지 않느냐고?
노. 없다.
그런 사람이 떨어지는 바닥은, 무역센터 옥상이다.
남들은 알아서 잘 먹고 잘 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동요할 필요가 없다.

내 몸 곳곳에 덕지덕지 붙은 노력의 망상, 노력이라는 쇠판을 다 떨어내버리고 싶다.
40년간 이 녹슨 쇠냄새에 쩔어있었으니 이제는 지칠 만하지...

난 내 자신이 영이 매우 발달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야말로 개잡생각.
CT 사진에 나타난 커다란 고깃덩어리 단면 사진을 바라보며,
나라는 인간의 자부심쩌는 영혼의 바탕은 결국... 저 물렁물렁하고 따끈따끈한 고깃덩어리라는 사실을 직면하며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수술하고 난 뒤 복귀해서 다시 일할 생각만 하고 있다가
딱밤 한 대 맞고 정신을 잃은 상태랄까...
현실과 동떨어지는 멍~~함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될 뿐이다.

'뭐냐.... 진짜...'

내 인생에 사고처럼 훅~ 들어온 이 일들과 나는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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