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무리 생각해도 놀랍다.
악바리 근성의 똑순이들 틈에서 버틴 20년이라니...
오직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꿈꾸며 살다가, 입에 풀칠은 해야겠기에 6개월 대충 공부해서 붙었던 직장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적응할 수 없었다.
그저그런 집안 출신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안고서, 악바리 근성 하나로 자리잡은(그나마 두뇌라도 명석했기에 그자리가 가능했지)... 온 몸과 영혼에 철갑을 두른 똑순이들과 나와의 교집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말랑말랑하게 활짝 열어제친 마음으로 남의 일을 나의 일처럼 껴안았던 나...
미쳤구나...내 몹쓸 병의 원인은 이것이었어...
병휴직을 내며 그 여초집단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솔한 마음으로 업무가 연결되게끔 내 자신을 열어놓고 열심히 뛰면 그래도 그 긴 세월동안 누구 하나는 알아줄줄 알았다.
매년 근무평정 최하, 외부업무 맡겨놓고는 나 몰라라하는 관리자, 칭찬은 바라지도 않았다. 동료의 열렬한 뒷작업으로 자기 대신 나를 다른 곳으로 강제전출보내기, 내정되어 있던 나의 업무를 가로채어 더 편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열심히 했던 그 깜찍한 선배..
아... 그래서 그랬구나..
"내 나이에 이런 월급 받으면서 직장을 다닐 수 있는게 정말 고마운 거야."
와... 머리는 저렇게 써야 하는 거다... 그래서 인생선배구나..
그 긴 세월동안 직장에서 내 마음을 알아줄 지인 하나쯤은 건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좀 괜찮은 사람이다 싶으면 무슨 이유인지 부서를 멀리 옮기거나 직장을 그만두거나 퇴직하거나 했다.
이래저래 연이 없는 직장이니 홀가분하게 업무상 연결된 동료이외엔 모든 전화번호를 지워버렸다.
내 탓이 아니다.
가뜩이나 몸도 성치 않은 판에... 내 잘못이라는 가식적인 반성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겠다.
40년 간 했으면 됐잖아. 이제 너무너무 지긋지긋!!! 하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누리지 못했던 이들과 내가 무슨 교류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을까.
직장에서는 업무 이야기만 하라고 하지만, 조직생활이라는 게 꼭 그렇지만은 않잖아.
어렵게 자란 게 문제가 아니다. 너무 악랄한 똑순이들이 많은 게 문제였지.
자신의 과거, 자신이 자라왔던 환경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별로 좋은 기억이 없을 테니까..
지방 출신인 경우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고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한다.
본인이 열심히 미친듯이 악바리처럼 공부했기 때문에, 자녀에게도 똑같은 방법을 적용하여 교육한다.
그렇게 자란 자녀와의 관계에서 슬슬 문제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 자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답답해서 미쳐버리겠어요."
그래도 똑순이들은 깨닫지 못한다. 이미 심장조차 악바리처럼 바락바락 뛰고 있는데... 뭔가 문제점을 느끼고 있겠지만 본인도 더이상 어쩔 수가 없다.
그대로 밀고나가는 수밖에.
전차처럼 밀고 나가는 똑순이들의 추진력에 나는 발로 채이고 까이고 밟혔다.
예술한답시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나서 매일 꿈을 이야기 하고 미래를 그리는 어리숙한 인간 하나 꺾어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며 6개월 휴직을 낸 선배가 있다.
그 인간이 참 영악한게... 6개월 후 돌아올 자신의 업무 배치를 확실히 구축해놓고 떠난 것이다.
그 영향은 돌고돌아 내게까지 미칠 뻔 했다.
내가 병휴직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 선배가 구축해놓은 울타리에 찍혀서 피를 철철 흘렸을 것이다.
그 인간은 내가 피를 흘릴 것이라는 걸 어느정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것까지 계산에 넣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정말 소름~~)
하지만 내가 갑자기 암선고를 받고 병휴직을 들어갔을지는 생각도 못했겠지.
아... 지금 그 자리에서 나 대신 누군가가 피를 흘리고 있겠구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그런 빅픽쳐를 알게 되다니..
난 아직 멀었다 멀었어..
미친 쓰레기통에서 빠져나와 이런 조용한 시간에 마음편한 산책을 할 수 있다니...
내게 병이 찾아온게 신의 한수라는 생각이 든다.
난 정말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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