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되었던 항암치료를 마치고 수술을 앞둔 한 달의 여유 시간 속에서 편안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발가락을 쳐다보니, 어느샌가 피부 색깔이 밝아져 있네요.^^
항암 주사를 한창 맞을 때는 발목부터 발가락 끝까지 시커먼 빛이 돌아서 아예 쳐다도 안 보았습니다.
마치 어두운 색 스타킹을 신은 것 같은 빛깔이었습니다.
발톱이 좀 부서지고 건조한 것 외에는 손, 발이 제 색깔을 찾아가고 핑크빛을 살짝 띠고 있어서 '나에게 생명이 다시 다가오나 보다' 하고 내심 기뻐집니다.
항암주사를 2회 정도 남기고 왼쪽 턱에서 엄청난 고통이 몰려와 약 2주일을 신음 속에 살았습니다.
그냥 치통인가 보다 하고 잇몸약을 복용하면서 통증을 다스리다가... 이게 왠지 사랑니 때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 붓기 시작한 왼쪽 잇몸의 통증은 잘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항암이 끝날 때까지.ㅠㅠㅠ
드디어 사랑니를 뽑을 때가 왔습니다.
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바로 동네 치과로 달려가서 사랑니를 발치하였습니다.(예약 잡은 후)
아래 사랑니를 뽑으면 위에 난 사랑니도 같이 뽑는 거더군요...
얼굴뼈를 아작 내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공포의 수술 시간이 지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복용하며 또다시 불쌍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ㅠㅠㅠ
이것도 수술이라고 몸이 긴장했는지 몸살과 오한이 생기고 피로감이 극심해졌습니다.
구내염에 여기저기 올라오고 혓바늘이 빨갛게 돋아서 물을 마시는 것도 너무 힘들었어요.(엄청~~ 따가움;;;)
드디어 오늘... 좀 살 것 같네요...-_-
겨우 밥도 좀 먹을 수 있고, 짜증이 덜 나고, 잔뜩 성난 표정이 좀 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아래턱이 욱신 거리고 아프지만, 항암주사 기간에 아팠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드릴로 치아를 갈아내는 냄새는 정말 이상했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했습니다.
마취가 풀어진 후의 통증도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어요.
혀를 쑥 집어넣어 사랑니가 빠진 위아래 잇몸의 텅 빈 구멍을 확인해보니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이제는 통증 때문에 아플 일은 없겠지요.
아. 진작 뺄 걸~~~!!!!!ㅠㅠㅠㅠㅠㅠㅠ
사랑니와 암환자는 절대 함께 할 수 없습니다.
평소에 멀쩡했던 사랑니가 나를 이렇게 괴롭힐 줄이야....
몸이 약해지면 설마설마했던 곳이 죽을 듯이 아파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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