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차례의 항암 치료(선항암)를 끝내고 수술까지 잠시 쉬는 기간이다.
항암이 끝나면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김칫국 드링킹이네....
사랑니가 나을만하니, 이제는 9월의 태풍(난마돌)이 몰고 온 더운 공기 덕분에 난 여지없이 녹다운되고 말았다.
더위에 내가 이렇게 취약할 줄이야 정말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더운 공기 속에서는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가슴 답답증 때문에 몸의 말초 부분까지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건지, 손발이 더 붓고 지릿지릿한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아프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손마디가 붓고 뻣뻣해져서 관절을 구부리는 게 힘들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뭔가를 하려고 마음만 먹을 뿐 넋 나간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앉아 있을 힘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앉아 있는 게 너무 힘들어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일어서면 또 발가락 관절이 아파서 잠시 동안 걸을 수가 없다.
장애인이 따로 없군...-_-
글을 쓰는 중간에...
밖에서는 지역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 아름다운 불꽃!!!
자유로운 불빛의 향연,
공간을 수놓는 순간의 작고 거대한 새,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순수함의 결정,
펑펑 펑펑 펑펑~~~~*******
저런 게 예술이지.
전통 예술품에 사용된 문양의 모티브를 살펴보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소재들이 상당히 많다.
구름, 학, 봉황, 용.... 현실에 존재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바닥에 붙어사는 인간에게 이런 존재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하늘을 날 수 없기 때문에, 늘 꿈을 꾸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홍길동도 날아다녔네... 완전 메타버스적 인물이다)
누구나... 본인에게 없는 능력을 갈구하고 원한다.
그런 갈구와 욕망은 새로운 것들을 탄생시킨다.
그림으로, 글로, 조각으로... 아름다운 꿈들이 손 끝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저 하늘을 날아갈 수 없지만... 날아갈 듯 구름같이 뭉실뭉실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불가능을 표현하는 아티스트로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서 굼벵이 기듯 살아가고 있다...
에구구구.... 만신창이 나의 육신도 곧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구차하게 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 뿐....ㅠㅠㅠㅠㅠ
수술이라는 죽음의 시간을 통해 부활하고 싶다.
멋지게
삼중음성유방암 수술 2일 후... (1) | 2022.09.25 |
---|---|
삼중음성유방암 수술 D-1 (0) | 2022.09.22 |
사랑니와 암환자 (0) | 2022.09.08 |
욕심꾸러기 (0) | 2022.09.04 |
마지막 항암 주사를 맞았습니다 (0) | 2022.08.23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