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젤로다 항암 시작, 하지만 청춘을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아~

유방암 치료

by 이말뚝 2022. 10. 21. 15:05

본문

AC/TC 항암 치료가 끝나고 머리카락이 솔솔 자라나고 있습니다.
수술 끝나고 나니 자라는 속도가 눈에 띄게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잘됐당~~^^)

몸에 난 털의 기능성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신체의 보호, 보온 기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가 느낀 바... 속눈썹이 싹~ 빠지고 보니 그 아쉬움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속눈썹이 없으면,
눈물이 질질 샙니다. 그래서 눈가가 축축한('촉촉한'이 아님!) 느낌이 들면 닦아줘야 합니다.
먼지가 눈에 많이 들어가서 눈곱이 끼기 때문에 수시로 떼어줘야 합니다.
눈의 수분기가 싹 날아가기 때문에 너무 건조합니다. 소가 눈을 꿈쩍이듯이 자꾸만 꿈뻑꿈뻑합니다.
속눈썹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력이 너무 나빠져서 가까이 있는 물체가 보이지 않습니다. 근시 때문에 멀리 있는 물체가 보이지도 않지요. 그래서 안경을 머리 위에 얹거나 앞가슴에 걸고 다닙니다. 수시로 썼다 벗었다 해야 하거든요.
제가 하는 짓이, 어린 시절 신기하게 보았던 우리 할머니의 행동과 영락없이 똑같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내 인생에서 노화가 얼마나 급격하게 다가왔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술 당시, 오른쪽 가슴에는 아직 0.6cm가량의 종양이 남아 있어서
방사선 치료와 젤로다 항암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병원에 가서 젤로다 약을 타 왔어요.
아~~~~ 지긋지긋한 항암...ㅠㅠ..
기분 탓인지, 다시 손발이 저리고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맥이 탁 풀립니다. 이 생활을 다시 6개월 계속해야 합니다...
항암 치료이라는 게... 이걸 어렵게 완료하더라도 그 결과가 '100점 만점' 깔끔하게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까지나 예방을 위한 치료 중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에, 저는 또다시 뿌연 안갯길을 헤치고 나가는 기분입니다.

아침식사 후 바로 젤로다를 복용하고 나서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서 단골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사들고 왔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날듯이 카페에 왔다 갔다 했을 텐데 지금은, 발걸음 하나 옮기는 게 너무나 힘들어졌어요. 몸의 관절이 다 삐걱거립니다. 특히 손가락, 발가락 관절 부위가 아파서 걸음이 느려지고 물건을 힘 있게 잡을 수 없어서 전반적인 생활의 속도가 매우~매우 느려졌어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가 수리 중이면 이보다 더 분노할 일이 없습니다.
신기한 건, 몸의 속도가 느려지니 생각의 속도도 느려지는 겁니다.
몸이 따라가지를 못하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하고 싶지 않은 일 등을 신중하게 분류해서 포기할 것들을 먼저 골라냅니다. 그래서 생각을 행동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죠.

눈 밝고, 귀 밝고, 발걸음 가벼울 때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유의 공백...

청춘의 싱그러움과 맞교환한, 나의 노화 현상과 함께 찾아온 작은 선물입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도, 뺏기고 싶지도 않네요.

청춘을 돌려다오~~ 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엄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엄마한테 청춘을 돌려준다면 받을 거유?"
"싫다마. 짝도 없는데 받아서 뭐 할기고!"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한테 청춘을 돌려준다면 받을 거예요?"
"애들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된다면 안 받을 거야."
저 자신에게 물어보고 대답해보았습니다.
"나도 안 받을 거야. 난 청춘이 힘들었고, 온몸이 아프긴 하지만 속도가 느려진 지금이 좋아."

그래서,,,
청춘은 힘든 거고, 돌려받고 싶지 않고,
나이 드는 대로 사는 걸로 결론짓겠습니다.^^

'유방암 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토하는 인간은 처절했다  (0) 2022.11.24
병원으로 매일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0) 2022.11.05
보험밖에 없나...  (1) 2022.09.30
요양병원 입성  (0) 2022.09.27
삼중음성유방암 수술 2일 후...  (1) 2022.09.25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