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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마의 목욕법

유방암 치료

by 이말뚝 2023. 2. 1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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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친구가 또 찾아왔다.

두통.

4일째 눅신한 두통에 시달리던 나는... 살기 위해 헬스장으로 걸어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머리가 욱신거려서 운동을 할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이대로 있다간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먼 길을 나섰다.

환자 걸음으로 5분..-_-;;;

낮시간에 드센 아줌마들 틈 속에서 운동하는 건 정말 질색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겨우 운동을 마치고 사우나로 입장.

 

난 목욕탕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마는 우격다짐 나와 동생들을 목욕탕에 몰아넣은 다음, 한 명씩 탕에서 꺼내어 파란 이태리타월로 온몸을 박박 밀었다. 사춘기가 지나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엄마는 계속 목욕탕에 강제로 데리고 가서 때를 밀었다. '때가 불려질 때까지 뜨거운 탕에서 나오면 혼날 줄 알아라'는 엄마의 호령이 무서워서 40도가 넘는 욕탕에서 목만 내밀고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계속 기다리다가 정신을 잃어버릴 뻔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 나름 열심히 육아?를 했던 노고에 감사해야겠지만....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나 괴롭고 수치스럽다. 팔, 등, 몸통을 밀어주는 것은 그나마 괜찮았다. 그런데 나를 눕힌 다음 허벅지 안쪽을 밀기 위해 다리를 벌리라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가 너무나 싫었지만 딸의 때를 모조리 벗겨버리겠다는 극성맞은 이 여인의 고함소리에 그 어떤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이리저리 지나가며 나의 사타구니를 힐끔거리며 바라보는 아줌마들의 눈길이 너무 짜증 나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어쩔 수 없이 산부인과에서 볼 법한 자세로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의 가장 민감한 아래 부위 바로 옆까지 때를 박박 미는 통에 나는 몸을 비틀며 그만하라고 했지만 엄마는 그럴 때마다 내 배때기와 허벅지를 때리며 더 세게 밀었다. 한 번은 그러한 세찬 때밀이 손짓이 빗나가 나의 질 부위를 정통으로 찌르는 일도 있었다. 나는 기절할 것 같은 통증을 느꼈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기적인 목욕활동을 통해 엄마는 나와 다른 딸들의 아랫부분을 살펴보며 엄마로서 딸들의 처녀성을 감시했던 걸까? 자기 몸에서 태어난 아이가 여자로 성숙하는 모습을 엄마라는 이유로 강제로 활짝 열어젖히며 신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이 여인이 때밀이 행위가 자식사랑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이거야 말로 진짜 사이코 아닌가. 여자 100%인 장소, 여탕에서 엄마라는 여자와 뻔뻔한 아줌마들의 능글맞은 시선에 강간당한 그 느낌은 말 그대로 끔찍할 따름이다.

 

이후 20년의 세월이 흐를 동안 목욕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랬던 내가 몸이 아프고 나니, 목욕탕의 따뜻한 물의 기운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요즘은 제 발로 열심히 찾아간다.

냉탕, 온탕, 열탕.

냉탕은 차가워서 싫고 열탕은 뜨거워서 싫다. 온탕이 좋긴 한데... 다른 탕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아서 물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기다란 머리카락이 둥둥 떠서 내게 다가오면 미역을 감아올리듯이 건져서 밖으로 떨궈내는 일도 많이 하게 된다.

오늘 갔던 온탕의 모습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온탕에 있다가... '이래선 안돼'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래. 냉탕에 들어가 보자!

오만상 얼굴을 찡그리며 허리까지 들어갔는데 웬걸~~~ 너무 좋은 것 아닌감~~!!!! 뭔가 시원하고 상쾌해!!

옆에 있던 분의 충고에 따라 바로~ 열탕에 들어갔다.

와~!!!!!!! 나 열탕 좋아했네~!!!!!! 왜 지금까지 몰랐던 거지???

수술 부위가 너무 뜨거워질까 봐 온탕에서도 항상 허리까지만 담겄었는데, 열탕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온몸을 다 담그고 목만 빼꼼히 내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니 두통이 98% 사라졌다.

오~~~~~!!!!!

두통엔 역시 게보린이지만, 냉탕열탕법도 있다는 걸 알았어. 나의 두통 치료법을 또 찾아냈다. 너무 좋아~~~~ㅠㅠㅠㅠㅠㅠ

 

그랜마들이 왜 그렇게 냉탕 온탕만 왔다 갔다 하셨는지 이해되는 이 순간~~~

그래... 그분들도 몸이 항상 아팠던 거야.

미지근한 온탕은 아픈 사람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랜마들이 어떤 방법을 쓰시는지 잘 살펴보아야겠다.

나처럼 장기간의 치료로 인해 신체의 에너지가 많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노인의 몸상태와 비슷하기 때문에 그랜마들의 힐링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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