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수술 부위가 작고 종양 부위와 림프절을 떼어내는 정도라 외과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그리 큰 수술이 아니다.
그러나... 크든 작든 아무튼 암이기 때문에 종양 치료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이후 3년 간 꾸준한 정기검진과 추적 관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내가 바로 그렇다.
3월에 항암을 시작하고 9월에 수술, 12월에 방사선 치료를 끝내고 편하게 지낼 줄 알았더니만... 이게 웬걸, 비교적 멀쩡하던 오른쪽 팔운동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수술한 쪽이 오른쪽 가슴인데) 오른팔을 들어 올릴 때 근육이 쫙~~ 당기면서 상당한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내 몸 안에 숨겨져 있는 바이올린 줄을 누가 손가락으로 심하게 잡아당기는 느낌이다.
'어,. 이거 왜 이래?' 하면서 팔을 천천히 늘리며 스트레칭하지만 불안하다. 금방이라도 팅~~~~! 하고 근육줄이 끊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이것 때문에 죽을까 봐 새벽녘 잠 못 이루고 검색질을 해보니 다들 겪는 증상이라 무서워할 것 없고 닥치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좋아. 당기는 느낌은 해결.
근데 또 문제가 생겼다. 수술한 자리가 부풀기 시작한 것이다.
뜨끈뜨끈하니 열감이 있는, 손가락 한마디 만한 혹이 수술 자리에서 자라나는 것 아닌가.
오 마이 갓!! ㅠㅠㅠㅠㅠ
'나 또 죽는 거야?' 하면서 새벽녘 잠 못 이루고 폭풍 검색질을 시작한다.
장액종이라고 유방암 수술 후 흔하게 발견되는 증상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종양을 잘라낸 자리에 물이 차는 것이다. 물혹이라는 거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암 치료로 씨게 고생하다 보니 가슴에 또 솟아나는 혹을 보고 엄청나게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발인가, 수술이 잘못됐나, 또 수술해야 하는 건가... ' 하면서 온갖 번민을 시작한다.
가슴에서 솟아나는 덩어리가 뭔지 알아야 했다. 아산병원에 유방초음파가 예약되어 있긴 하지만 2주를 넘게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하며 식은땀 흘리는 게 너무 지겨워서 인근 방사선과를 얼른 찾아가 보았다.
이리저리 살펴보시던 할머니 샘께서,
"이거 별거 아니야. 양성이라 괜찮아. 이 자리 시커먼 거 보이지? 물이 찼다는 거야."라고 하신다.
그렇게 안심하고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드디어 오늘, 예약된 유방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시술해 주시는 샘께 수술한 자리가 부풀었다고 말씀드리니,
"아마 물이 차서 그럴 거예요.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하신다.
또 안심, 안심~~~~ㅠㅠㅠ
물혹 부위는 은근한 열감이 있어 살짝 후끈거리며 쿡쿡 쑤신다. 절개부위도 찌릿하니 아프고 오른쪽 가슴 전체가 피부 밑에 동판을 덧댄 것처럼 딱딱한 느낌이 들어 걱정되기도 한다.
수술 과정을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 아픈 부위를 가만히 느끼며 수술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완전히 마취된 환자의 오른쪽 팔을 위로 번쩍 들어 고정하고, 겨드랑이 부위를 10cm 정도 절개하여 크게 벌린 다음 림프절 5~6개를 떼어 조직검사를 위해 병리실에 내려보낸다.(전이 가능성 검사를 위해) 그런 다음, 절개 부위를 좀 더 활짝 열어 암조직이 있는 부위까지 기구를 삽입하여 종양 포함 주변 조직을 잘라내고 봉합한 다음 기구를 꺼내고 절개 부위를 꼼꼼히 붙여준다. 수술 끝.
암조직이 있는 피부를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겨드랑이 쪽을 절개하여 한 방에 수술을 끝내는 것이다.
수술 직후 암이 있던 자리의 피부가 멀쩡하길래 피부를 자르지도 않고 어떻게 수술한 건지 궁금했었다.
수술한 지 반년이 지나고 상처가 회복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의사 선생님들이 수술 때 어떤 쪽을 건드려야 했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수술 도구가 스쳐갔던 모든 경로가 다 쓰리고 아파진다고 보면 된다.
근육을 잘라냈기 때문에 신장 운동을 할 때 팔이 당길 수밖에 없고, 염증을 잘라냈으니 그 자리에 조직액이 차 오르면서 열감이 뜨끈뜨끈하게 올라오는 것이다.
다만, 회복에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줄 몰랐다는 거지.
결국 시간이 약이다.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하고 수술 부위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적절한 선에서 멈추는 게 좋습니다."
랜선 샘들이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이다.
달리 무슨 치료법이 있겠는가.
뜨끈뜨끈한 물혹을 자꾸 만져보며 우두커니 서있다가... 다시 산책길에 나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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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
수술 이후 몸이 아프고 활력이 없다면 한방치료나 마사지 치료를 병행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아프게 살지 말아요. 나만 손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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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의 글을 적성한 지 두 달 지났습니다.
불룩하게 솟았던 물혹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병원 찾아가는 게 너무 싫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생활했더니 괜찮아지네요.
너무 걱정되시는 분은 병원 진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세요.
나에게 주어진 문제의 해결책은, 바로 '선택'입니다.
(근데 솔직히, 큰 병도 아닌데 괜히 병원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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