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머리를 땋다 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잡다하게 분노하거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하던 일들이 다시 선명하게, 하나씩 하나씩 끊임없이 꼬리를 물며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럴 때는 이를 꼭 깨물거나 입술을 꽉 다물고 땋기에 더 집중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달비 하나를 완성할 때쯤이 되면,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버린다. 달비를 하나 더 땋아야하는데도... 도저히 다시 만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의미 없는 분노,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후회, 화남, 복수심... 이런 더러운 역병 같은 잡생각들이 나를 좀먹고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손으로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머리를 만들고 있으면서, 가슴 속에서 분노의 칼날만 갈고 있었다니...... 이것이야말로 우울증이지...-_..
전통머리
2021. 5. 24. 21:25